상가 수압약함, 펌프 전에 압력계로 원인부터 가릅니다
상가 주방이나 화장실에서 물이 약해지는 문제가 생겼을 때 가압펌프부터 다는 것은 순서가 틀린 경우가 많습니다. 수압은 건물 계통, 매장 안 배관, 말단 기구 세 군데 중 어디에서 떨어지는지에 따라 답이 다르고, 어디서 떨어지는지는 압력계를 중심으로 몇 가지 간단한 확인으로 가릴 수 있습니다.
물이 약하다는 말에는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점주가 물이 약하다고 할 때, 그 말 안에는 서로 다른 두 문제가 섞여 있습니다. 하나는 압력이 낮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량이 부족한 것입니다.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물줄기가 힘없이 나오는 것은 압력 문제에 가깝고, 처음에는 세게 나오다가 옆에서 다른 수전을 틀면 확 줄어드는 것은 유량 문제에 가깝습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해결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압력이 낮으면 가압이 답이 될 수 있지만, 유량이 부족한 것은 배관 굵기나 공급 계통의 문제라서 펌프를 달아도 잠깐 세지다가 금방 다시 줄어듭니다. 점주에게 증상을 자세히 듣는 것이 장비를 고르는 것보다 앞섭니다.
상가 주방은 이 두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기 좋은 조건입니다. 설거지 수전, 식기세척기, 제빙기, 커피머신, 화장실까지 한 배관에서 물을 끌어 쓰는데, 점심 피크 시간에 이 기구들이 한꺼번에 돌아갑니다. 이때 수압 자체는 정상인데 동시에 쓰는 양을 배관이 감당하지 못해 약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원인은 세 구간으로 나눠서 찾습니다
수압이 떨어지는 지점을 찾을 때는 물이 오는 길을 세 구간으로 나눕니다. 건물 인입부터 매장 계량기까지가 첫 구간, 계량기부터 매장 안 분기까지가 둘째 구간, 분기에서 각 수전과 기구까지가 셋째 구간입니다. 첫 구간은 건물 급수 방식과 층수, 공용 배관 노후에 달려 있어 매장에서 직접 고칠 수 없으므로, 압력계로 구간을 가린 뒤 관리사무소에 확인을 요청하는 쪽으로 이어집니다. 아래에서는 확인 방법과 매장 안쪽 두 구간, 펌프 판단을 순서대로 다룹니다.
둘째 구간은 매장 전용 배관입니다. 계량기 뒤에 달린 감압밸브가 낮게 세팅되어 있거나, 이전 임차인이 쓰던 낡은 배관에 스케일이 쌓여 내경이 좁아진 경우가 여기 해당합니다. 오래된 아연도강관이라면 안쪽이 녹으로 막혀 있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셋째 구간은 기구 말단입니다. 수전 스트레이너에 이물질이 끼거나, 식기세척기 입구 필터가 막혔거나, 절수형 수전이 원래 그 정도 유량인 경우입니다. 비용 없이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가장 먼저 보는 구간입니다.
큰 장비 없이 압력계와 양동이로 구간을 가립니다
원인 구간을 가리는 데 큰 장비는 필요 없습니다. 수전에 끼울 수 있는 간이 압력계 하나와 양동이, 그리고 시계면 됩니다.
먼저 아무 기구도 쓰지 않는 상태에서 계량기 가까운 수전에 압력계를 달아 정지 압력을 읽습니다. 그다음 매장에서 가장 먼 수전에서 같은 값을 읽습니다. 두 수전의 정지 압력은 높이 차이의 영향을 받으므로, 측정 위치와 높이를 함께 기록하고 물을 흘릴 때의 압력 변화도 비교해야 합니다. 다만 정지 압력은 물이 흐르지 않을 때의 값이라 좁아진 배관은 잡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아래처럼 수전을 열고 압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도 함께 봅니다.
이어서 다른 수전들을 하나씩 열면서 압력계 수치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봅니다. 수전을 열 때 압력이 크게 떨어진다면 공급 계통과 매장 배관의 상태를 더 확인해야 하고, 특정 기구만 약하다면 그 기구와 연결 배관을 살펴야 합니다.
양동이는 유량을 볼 때 씁니다. 수전을 완전히 열고 일정 시간에 몇 리터가 담기는지 재면 그 수전의 실제 유량이 나옵니다. 압력은 정상인데 유량이 적으면 수전 자체나 그 직전 배관을 봐야 합니다.
이 확인은 매장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장비가 간단해 비교적 짧게 끝나며, 그 결과에 따라 가압펌프가 필요한지가 갈립니다. 증상이 특정 시간대에만 나타난다면 같은 확인을 시간대를 바꿔 한 번 더 합니다. 이 과정을 건너뛰고 펌프부터 견적하는 업체가 있다면 근거를 물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가압펌프가 답이 되는 조건이 따로 있습니다
가압펌프는 압력이 낮은 문제에 대한 답입니다. 건물 공급 압력 자체가 낮고, 매장 안 배관은 멀쩡하고, 말단 기구도 문제가 없을 때 비로소 펌프 이야기가 됩니다.
반대로 펌프를 달면 안 되거나 소용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급 유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펌프를 달면 펌프가 물을 끌어당기는 만큼 앞쪽 압력이 떨어져 같은 배관을 쓰는 다른 매장에 영향을 줍니다. 건물에 따라서는 개별 매장의 펌프 설치를 관리규약으로 제한하기도 하므로, 설치 전에 관리사무소에 관리규약 내용을 물어봅니다.
펌프를 단다면 함께 결정할 것이 있습니다. 펌프 자체의 소음과 진동을 어디에 두고 어떻게 잡을지, 물을 안 쓰는 야간에 펌프가 헛돌지 않도록 압력 스위치를 어떻게 세팅할지, 정전이나 고장 시 펌프를 우회해서 물이 나오게 하는 바이패스 배관을 넣을지입니다. 펌프가 멈췄을 때 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배관 구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바이패스 필요 여부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펌프 앞에 작은 저수조를 두는 방식도 같이 검토합니다. 건물 공급이 피크 시간에만 처지는 경우라면 펌프가 본관에서 직접 빨아들이는 것보다 저수조에 받아둔 물을 밀어내는 쪽이 다른 매장에 주는 영향이 적습니다. 대신 저수조 자리와 무게, 물이 고여 있는 시간에 따른 위생 관리가 따라오므로 주방 안에 둘 자리가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펌프 용량과 설치 방식은 매장의 동시 사용 기구 수와 건물 급수 방식에 따라 달라지고, 구체적인 값은 설비 도면과 공사시방서에 맞춰 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급수설비 전반의 기준은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해당 규칙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검색해 볼 수 있습니다.
감압밸브와 밸브 개도를 먼저 봅니다
매장 안 배관이 원인으로 좁혀졌을 때, 배관을 교체하기 전에 확인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계량기 뒤 감압밸브와 중간 밸브들의 개도입니다.
감압밸브는 건물 공급 압력이 높을 때 매장 쪽 압력을 낮춰주는 장치인데, 이전 임차인이 낮게 세팅해뒀거나 내부 스프링이 노후해서 필요 이상으로 압력을 깎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정 나사를 돌리면 압력이 달라지므로 원인 확인이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조정 범위와 방법은 밸브에 따라 다르니 설비 담당자가 하는 것이 맞습니다.
중간 밸브는 더 단순한 문제입니다. 철거나 배관 공사 중에 잠갔던 밸브가 완전히 열리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게이트밸브는 핸들이 여러 바퀴 돌아가는 구조라 반쯤 열린 상태를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볼밸브도 핸들이 완전히 배관과 나란하지 않으면 유로가 좁아져 있습니다. 준공 직후 수압이 약할 때는 이 밸브가 원인인 경우가 있어 먼저 확인할 만합니다.
특정 시간대에만 약해질 때는 시간대별로 비교합니다
낮에는 멀쩡하다가 저녁 피크에만 설거지 물이 약해지고 식기세척기가 급수 오류를 내는 증상은 시간대에 따라 공급 조건이 달라지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정지 압력을 한 번만 재서는 원인을 알기 어렵고, 낮과 저녁 두 시간대에 같은 수전에서 압력을 비교해야 합니다.
해석은 이렇게 합니다. 낮 정지 압력은 정상인데 저녁에는 매장에서 아무것도 틀지 않아도 압력이 낮보다 뚜렷하게 내려가 있다면, 매장 안 배관이 아니라 건물 공급이 저녁에 떨어지는 것입니다. 같은 라인을 쓰는 다른 층의 사용이 몰리는 시간대가 원인일 수 있고, 이 경우 매장 안에 가압펌프를 달면 우리 매장은 나아져도 같은 라인의 다른 매장이 더 나빠질 수 있어 관리사무소가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의 대응은 두 갈래입니다. 건물 쪽은 관리사무소와 협의해 건물 부스터 펌프의 세팅 조정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매장 안에서는 식기세척기 급수를 별도 분기로 빼서 설거지 수전과 물을 나눠 쓰지 않게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펌프를 새로 설치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경우가 많으므로 펌프 견적에 앞서 시간대별 압력 비교를 해 보는 편이 낫습니다.
공사 전에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것
수압약함은 준공 뒤에 발견되는 일이 많지만, 공사 전에 알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철거 전 기존 수전에서 압력을 한 번 재두면 그 매장의 공급 조건이 나오고, 여기에 새로 들어갈 기구 목록을 얹어보면 부족할지 여부가 대략 가늠됩니다.
특히 주방 기구가 많은 업종은 설계 단계에서 동시 사용을 따져야 합니다. 커피머신, 제빙기, 식기세척기, 설거지 수전, 손 씻는 수전이 한 라인에 붙으면 피크 시간에 서로 물을 뺏습니다. 분기를 나누고 굵은 관으로 주방까지 끌어오는 것은 공사 중에는 큰 비용이 아니지만, 준공 뒤에 바닥을 다시 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전 임차인이 같은 업종이었다면 그 매장이 수압 때문에 고생했는지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관리사무소나 옆 매장에 물어보면 알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온수 쪽은 따로 봐야 합니다
냉수는 괜찮은데 온수만 약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급수 계통이 아니라 온수기나 보일러 쪽을 봐야 합니다. 순간온수기는 물이 지나가는 열교환기 안에 스케일이 쌓이면 유로가 좁아져서 온수 유량만 떨어지고, 저탕식은 탱크 출구 밸브나 안전밸브 쪽에 문제가 생기면 같은 증상이 나옵니다.
주방에서 뜨거운 물을 많이 쓰는 업종이라면 온수기 용량이 부족해서 약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은 나오는데 미지근하고, 온도를 올리려고 유량을 줄이면 물줄기가 가늘어지는 식입니다. 물은 나오지만 온도가 부족한 증상이라면 냉수와 온수의 압력 및 유량을 각각 재고 온수기의 상태도 확인해야 합니다. 증상만 듣고 판단하면 엉뚱한 곳을 고치게 되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펌프보다 먼저 볼 압력
상가에서 수압 문제가 생겼거나 생길 것 같다면 볼 곳은 몇 군데로 좁혀집니다.
- 압력이 낮은 것인지 유량이 부족한 것인지 증상을 먼저 구분했는가
- 압력계로 계량기 쪽과 가장 먼 수전의 정지 압력을 비교하고, 문제 시간대와 아닌 시간대도 비교했는가
- 말단 스트레이너와 필터를 먼저 확인했는가
- 옆 매장이나 같은 라인 다른 층도 약한지 물어봤는가
- 펌프를 단다면 관리사무소 확인과 바이패스 배관을 계획에 넣었는가
수압을 높이기 위해 펌프를 다는 것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고, 원인을 찾는 확인이 펌프 견적보다 먼저입니다.
참고 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 국가건설기준센터: 배관설비공사(KCS 31 20 15)
이어서 읽을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