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바 작업대, 높이와 배관 위치는 장비 고를 때 정합니다
카페 바 작업대의 높이와 깊이, 배관과 콘센트 위치, 상판에 뚫는 구멍 자리는 전부 그 위에 어떤 장비가 올라가느냐에서 출발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 제빙기의 기종이 정해져야 작업대 높이가 나오고, 급수구 위치가 보여야 배관 자리가 나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인테리어 설계와 장비 발주가 따로 가면서 작업대가 먼저 만들어지고 장비가 나중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비 모델을 먼저 정하고 작업대와 설비 위치를 그에 맞춰 설계해야 합니다.
작업대는 가구가 아니라 작업 환경입니다
카페 인테리어에서 바 작업대는 흔히 마감재와 디자인으로만 이야기됩니다. 어떤 상판을 쓸지, 어떤 색으로 마감할지가 먼저 정해지고, 그 위에서 몇 시간씩 서서 커피를 내릴 사람의 몸과 거기 올라갈 장비의 크기는 뒤늦게 고려됩니다.
바리스타는 개점부터 마감까지 같은 자리에 서서 에스프레소 머신에 손을 뻗고, 잔을 내리고, 우유를 스티밍하는 동작을 하루에 수백 번 반복합니다. 이 동작이 이루어지는 높이가 몸에 맞지 않으면 단기간에는 티가 안 나도 몇 달, 몇 년이 지나며 손목과 어깨, 허리에 부담이 쌓입니다. 그래서 바 작업대는 디자인 항목이면서 동시에 작업 환경 항목이고, 작업 환경은 장비 규격 없이 설계할 수 없습니다.
높이와 깊이는 장비 규격에서 나옵니다
높이를 정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정보는 장비의 실제 치수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그 자체로 높이가 있는 장비라서, 작업대를 일반 주방 조리대 높이로 만들면 머신 상단 조작부가 너무 높아져 손을 계속 들어 올리는 자세가 됩니다. 반대로 작업대를 낮추면 잔을 내리고 포터필터를 끼우는 동작에서 허리를 숙이게 됩니다. 기종마다 머신 높이가 다르고 포터필터와 스팀 레버가 놓이는 높이도 다르므로, 같은 작업대 높이라도 어떤 머신이 올라가느냐에 따라 자세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일할 사람의 키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인테리어 단계에서는 채용이 끝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표준 체형을 기준으로 하되 조절 여지를 남겨 둡니다.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작업 발판이나 높이를 조정할 수 있는 보조 받침으로 직원별 자세를 보완하는 식입니다.
깊이는 장비 깊이에 뒤쪽 여유를 더해 정합니다. 장비 뒤로 배관과 전선이 지나갈 공간, 청소할 때 손이나 걸레가 들어갈 틈이 그 여유입니다. 깊이가 좁으면 배관을 정리할 자리가 없고 청소도 안 되지만, 너무 넓으면 뒤쪽 벽의 콘센트와 밸브에 팔이 닿지 않아 결국 장비를 앞으로 당겨 접근하게 되고, 그때마다 배관이 눌리고 전선이 당겨집니다. 어느 쪽이든 장비 치수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맞는 깊이를 정할 수 없습니다.
좌우 폭은 장비 수와 사람 수로 정합니다
높이와 깊이만큼 놓치기 쉬운 것이 작업대의 좌우 폭입니다. 머신, 그라인더, 제빙기, 포스, 잔 진열대가 한 줄로 놓이는 길이가 폭의 바닥선이 되고, 그 위에 사람이 움직일 자리가 더해집니다. 바리스타 한 명이 일하는 매장은 머신부터 포스까지 한 사람이 몇 걸음 안에 오갈 수 있어야 하고, 폭이 너무 넓으면 주문이 몰릴 때 이동 거리가 늘어나 오히려 속도가 떨어집니다.
평소에는 한 명이 운영하다 주말에만 두 명이 붙는 매장이라면,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여도 부딪히지 않을 폭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인테리어 도면이 아니라 운영 계획에서 나오는 숫자이므로, 바쁜 시간대에 몇 명이 바 안에 서는지를 도면 확정 전에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배관과 타공은 장비 모델이 정해진 뒤에 자리가 나옵니다
바 작업대 아래로는 싱크대, 제빙기, 커피머신 급수 라인의 급수와 배수 배관이 지나갑니다. 배관 공사는 바닥과 벽을 닫기 전에 끝나는 공정이라 시점은 이르지만, 배관이 끝나는 자리는 장비의 급수구와 배수구 위치에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순서는 장비 모델 확정이 먼저이고 배관 위치가 그다음입니다. 제빙기와 정수 시스템처럼 기종별로 급수구 위치가 다른 장비는 카탈로그의 치수를 배관팀에 넘겨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이 순서가 자주 뒤바뀝니다. 배관을 대략의 위치에 먼저 묻고 나중에 장비를 들여와 보면 급수 위치와 장비 급수구가 어긋나 있고, 바닥을 다시 뜯어 배관을 옮기거나 호스를 길게 늘여 임시로 연결하는 타협을 하게 됩니다. 호스로 늘인 작업대 아래는 어수선하고 청소가 어렵습니다. 장비 모델을 배관 공사 전에 정할 수 없는 사정이라면, 최소한 급수와 배수가 필요한 범위를 넓게 잡아 배관을 여러 곳에 예비로 뽑아 두는 것이 차선입니다.
상판에 구멍을 뚫는 자리도 같은 원리입니다. 스테인리스든 목재든 인조대리석이든, 배관과 전선이 통과할 구멍은 상판 제작 전에 위치가 정해져야 하고 제작된 뒤에는 바꾸기 어렵습니다. 가구 제작소와 배관팀, 전기팀이 같은 도면을 보고 작업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각자 다른 시점에 들어오므로, 상판 발주 전에 배관과 전기 위치가 표시된 최종 도면을 가구 제작소에 전달하는 것이 어긋남을 막는 방법입니다.
도면에 표시된 장비 기종이 실제로 쓸 기종과 다르면 급수구 위치가 어긋나 상판 타공 위치가 틀어집니다. 비슷한 다른 매장의 배치도를 참고해 그린 도면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상판을 뚫기 직전에 실제 장비 카탈로그의 급수구 위치와 도면을 대조해 두면, 호스를 억지로 돌려 연결하거나 상판을 다시 만드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전기는 회로 계획과 콘센트 자리를 봅니다
바에 올라가는 장비는 전력 소비가 큽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예열과 스티밍 때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을 쓰고, 그라인더와 제빙기, 냉장고가 여기 더해집니다. 전기 용량과 회로 구성은 전기팀과 설계 단계에서 협의할 사항이지만, 점주가 확인할 것은 하나입니다. 어떤 장비를 몇 개의 회로에 나눠 연결할지에 대한 계획이 있느냐입니다. 이 계획이 없으면 개업 뒤 장비를 한꺼번에 켠 날 차단기가 내려가고 나서야 문제를 알게 됩니다. 회로를 나누려면 장비 목록과 각 장비의 소비 전력이 필요하므로, 이것도 장비 모델이 정해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콘센트 위치는 작업대 아래쪽만 생각하기 쉬운데, 온장고나 조명을 작업대 상부에 다는 매장은 위쪽에도 필요합니다. 배관과 마찬가지로 벽을 닫기 전에 넉넉하게 잡아 둡니다.
하부장은 물이 닿는 자리를 따로 봅니다
작업대 하부장 중 배관이 지나가는 구간은 습기가 차기 쉬운 자리라서, 일반 합판으로 만들면 몇 년 지나 물이 스며 들뜨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구간만이라도 방수 처리가 된 자재를 쓰거나, 점검구를 두어 배관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두면 유지관리가 수월해집니다.
작업대 제작 전 확인
- 바에 올라갈 장비의 브랜드와 모델을 작업대 설계 전에 확정했는가
- 장비 치수를 기준으로 높이와 깊이를 정하고, 뒤쪽 배관과 청소 여유를 깊이에 포함했는가
- 바쁜 시간대 인원 수를 기준으로 좌우 폭을 정했는가
- 급수구와 배수구 위치를 장비 카탈로그로 확인해 배관 공사 전에 배관팀에 전달했는가
- 전기 회로 분리 계획이 있고, 상부를 포함해 콘센트 자리를 잡았는가
- 상판 발주 전에 배관과 전기 위치가 반영된 최종 도면을 가구 제작소에 넘겼는가
카페 바는 매장의 얼굴이면서 매일 몇 시간씩 사람이 서서 일하는 자리입니다. 작업대의 디자인과 치수는 사용할 장비와 일할 사람의 동선을 함께 고려해 정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 국가건설기준센터: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 한국전기안전공사: 상가 및 소규모 사업장 전기설비 안전 관리 안내
이어서 읽을 기록



